안녕하세요. 호박입니다.
수호자를 처음 하시는 분들이 많이 하시는 고민 중에 하나가 어떤 시나리오를 할 것인가 입니다.
수호자가 처음이 아니더라도, 처음으로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시나리오를 할 지도 고민을 하실 것입니다.
두 가지 경우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저는 두 말 할 것 없이 "어둠의 가장자리"를 추천드립니다.
"어둠의 가장자리"는 크툴루의 부름 입문 세트에 있는 2~5인 플레이어 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플레이 시간은 저는 조금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라 4시간 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렸지만, 이것은 수호자와 플레이어들의 성향에 따라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짧게는... 음. 어떻게 하실지 궁금하긴 하네요.
"어둠의 가장자리"를 추천드리는 이유는, 시나리오가 아주 클래식한 구성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처음 하는 마스터에게 알려주는 조언과 처음하는 플레이어들에게 마스터가 어떻게 말을 해줄지에 대해서도 조언이 본문에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시나리오는 CoC의 1~6판까지 기본적으로 들어있던 시나리오였을 정도로 매우 클래식한 시나리오입니다. 그래서 입문 세트에도 수록이 된 것이겠지만요~ (솔직히... 7판 룰북의 시나리오들은... 초심자용이 아니죠;)
어쨌든, 세션을 준비하는 분에게 제가 했던 경험과 아이디어를 알려드리는 글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거창하게 가이드라고 했지만, 사실... 네. 그저 저의 경험과 생각일 뿐이죠.)
참고로, 시나리오의 특성상, 그리고 처음 쓰는 가이드이다 보니, 마스터링 경험이 적은(또는 공식 시나리오를 많이 해보지 않은) 수호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시나리오의 내용을 이야기 하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한가득 할 것입니다. 시나리오를 플레이 하고자 하는 분들은 이 아래로는 읽지 말아주세요~! 마스터 하려는 분들은 대환영입니다!
시나리오는 아주 보편적인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의뢰로 시작하는 도입부 -> 의뢰에 대한 정보 조사 -> 문제의 장소 탐사 -> 사건의 진행 -> 클라이맥스 -> 마무리
공식 시나리오들은 대체로 위와 같은 구성으로 전개가 되는 편입니다. 따라서 각 단계별로 조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캐릭터 생성]
시나리오는 루퍼트 메리웨더라는 나이든 의뢰인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들은 캐릭터를 만들 때, 루퍼트 메리웨더와 관련된 인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이 어떤 관계인지 정한 내용을 보고 루퍼트 메리웨더의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을 정해주면 되겠습니다. 나이가 많은 노신사에, 젋어서 오컬트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가족관계를 제외하면 자유로이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경험이 적은 플레이어들은 관계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려 하곤 합니다. 아니면, 너무 자세히 관계를 짜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디테일하게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너무 복잡하고 자세한 경우 플레이를 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관계를 간단하게 정하고,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한두줄로 요약하는 정도로 정하면 되겠습니다.
플레이어들이 내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최대한 받아들여야 합니다. 너무 시대나 상황이나 사회통념에 안 맞는 아이디어가 나온다면, 무조건 안된다고 하기 보다는 가능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다른 제안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에는 마지막에 지니가 유혹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이유를 알려주어선 안되지만 백스토리를 상세히 써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이 캐릭터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표현하면 캐릭터에 대한 이해나 깊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정도로 포장을 하시면 좋을 겁니다.
[도입부]
도입부에서 메리웨더가 탐사자들에게 의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 때, 각 탐사자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을 하며 인사를 나누는 것도, 플레이어들이 이야기에 빠져들도록 하는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도입부에서는 메리웨더가 직접 말을 하는 것으로 의뢰 내용을 전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경험상... 플레이어들은 RP에 빠진 나머지 의뢰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스터가 간단하게 의뢰 내용을 요약해서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플레이어들은 많은 정보를 얻게 됩니다. 그들이 내용을 파악하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도록 해주시면 좋습니다. 경험이 적은 플레이어들은 종종 혼자 내용을 읽으면서, 혼자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온라인으로 플레이 하는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잘못 이해를 하거나 어려워 하기도 합니다. 플레이어들이 각자 혼자 고민하게 만들기 보다는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어떻게 정보를 이해하는지 파악하도록 합니다. 이것은 앞으로 플레이를 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플레이어들이 정보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며 파악하는 동안, 마스터는 다음 진행을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도한 플레이어들이 파악한 정보에 따라, 또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나누는 대화를 바탕으로 다음 전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혼자 고민해서는 안되는 것은 마스터도 마찬가지니까요~
플레이어들의 대화를 듣다가 정보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경우, 그대로 진행을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탐사자들이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사항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바로 잡아주는 편이 좋습니다. 너무 엉뚱한 곳을 파고 들면, 시간만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노련한 마스터라면 엉뚱한 곳을 파고들어도 이야기가 흥미롭게 흘러가도록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경험이 적은 마스터에겐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보 조사]
경험이 적거나, 팬 시나리오를 주로 했던 플레이어들은 관련된 정보를 조사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곧바로 로시스 코너스로 가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어차피 필수적인 정보는 메리웨더로부터 받거나 농장에 가서 찾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시나리오에서도 플레이어들에게 정보 수집을 하는게 좋지 않겠냐고 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 시나리오를 3~4회 정도 진행을 했었는데, 경험이 많은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도서관이나 신문사를 찾아다니곤 했습니다. 이미 니알라토텝의 가면들로 다져진 분들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입문 세션으로 했던 분들은 당연히 바로 직행을 하시려 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해도 좋지만, "여러분의 캐릭터인 탐사자들은 이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아마 이들은 도서관 같은데서 정보를 먼저 수집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라고 알려드렸습니다.
앞으로 쭉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하고 장편 캠페인(예를 들어, 니알라토텝의 가면들)을 하려는 팀이라면, 차근차근 조사를 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을 매우 추천드립니다. 캠페인들은 특히나 이러한 정보 수집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조사를 하다보면 수호자로서 몇가지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플레이어들이 메리웨더의 일지에 있는 기사 스크랩을 보고 뉴올리언스로 가보려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뉴올리언스가 아컴에서 얼마나 먼지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아컴에서 뉴올리언스까지는 대략 2450km거리가 떨어져 있으며, 1920년대의 교통수단을 감안한다면 기차로도 몇일은 걸리는 거리입니다. 자동차로 다녀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1920년대에는 도시를 벗어나면 도로가 비포장으로 아주 형편 없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비행기를 이용하겠다고 하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이 떄는 현재와 같은 상용 여객 노선이 없다는 점을 알려주기 바랍니다. 개인 비행기를 이용한다 해도 거리 상 중간에 급유를 위해 착률을 해야 하기 떄문에 시간적으로도 몇일이 걸리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겠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일주일 정도 걸려서 다녀오도록 해줍니다. 시나리오에 나와있는 것처럼 경찰 보고서나 검시관 보고서를 우편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뉴 올리언스로 가서 확인하게 해주면 되니까요. 어쩌면 이를 통해 재밌는 플레이가 나올수도 있습니다. 마스터가 경험이 많다면, 시나리오를 확장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경험하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험이 적은 초보 마스터라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메리웨더의 요청이 촉박하다는 점을 강조해주기 바랍니다.
또 하나의 곤란한 상황은, 역시나 일지에 언급되어 있는 '데 베르미이스 뮈스테레이스'를 보기 위해 오른 도서관의 비공개 서고를 들어가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시나리오에서는 아미티지 박사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탐사자들에게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세션을 해보면 플레이어들 중에서 포기를 하지 않거나 포기를 강요받는 느낌이 드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나중에 농가의 지하에 있는 상자에 모든 중요 정보가 다 있는 것을 보고 조사 활동이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해당 서적에서 정보를 얻고자 타당한 노력을 한다면, 난이도를 높여서라도 비공개 서고를 들어가 보도록 시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성공한다면, 나중에 상자에서 얻게 될 정보의 일부를 미리 알려주도록 합니다.(저같은 경우는 라틴어로 된 주문을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했던 세션에서는, 한 플레이어가 비공개 서고를 들어가려던 시도 중에 대실패를 하게 되었고 오른 도서관을 떠돌고 있던 윌버 웨이틀리(맞습니다! 더니치의 유령에 나오는 인물입니다.)의 유령에 빙의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비공개 서고에 어떻게든 몰래 들어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본 게임]
농가를 가고 나서는 대체로 시나리오를 따라서 진행하면 되겠습니다. 드릴 수 있는 몇가지 팁이라면 NPC들에 대한 활용입니다.
지하실에 숨어 있는 붉은 제이크는 여러가지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분위기를 고조하기 위해 지니에게 희생되는 용도로도 쓸 수 있으며(밖으로 도망치다가 살해당하는 등. 이후로 좀비로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너무 일찍 탐사자가 로스트 되는 경우 대체 탐사자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1~6판까지의 붉은 제이크는 공격력이 짱 쎄서, 지하실로 혼자 내려간 탐사자들이 자주 로스트 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재밌는 제안은, 탐사자들 중에 로스트 된 사람이 있는 경우 새로운 대체 탐사자로 메리웨더의 아들을 등장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왜 아들내미의 특성치가 있는지 이제 아시겠지요? 껄껄껄) 시나리오에 제시된 바와 같이, 나중에 의식을 치르기 직전에 "당신을 우리 아버지의 사유지에서 뭐하는 겁니까! 어서 나가주세요!" 하다가 같이 얼결에 의식을 치르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개도 무척 재밌습니다.
지니를 내쫓는 의식을 하기 시작하면, 초반엔 서서히 시작되다가 나중에 몰아치는 방식으로의 완급조절이 필요합니다. 지니가 모습을 드러낼 때가 클라이막스이며, 플레이어들의 성향이 로스트에 거부감이 없다면 가차없이 몰아붙이기 바랍니다!(하지만 명심할 것은, 로스트가 되기 전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2~3번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니가 탐사자를 유혹할 때는 백스토리의 내용을 잘 파악하여, 이 캐릭터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을지 잘 파악하시기 바랍니다. 탐사자가 만약 백스토리를 너무 허술하게 썼거나 어떤 욕망을 가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플레이어에게 물어보세요. 당신의 캐릭터가 바라는 욕망이 무엇인지. 그렇다고 해서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추가적인 팁]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초여명에서 제공하는 한국어판의 PDF는 지도 이미지의 품질이 매우 안 좋습니다.(최근들어 계속 그런거 같네요... 온라인 플레이를 하는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입니다.) 핸드아웃은 괜찮아요! 지도만 그렇더라구요.
영문판이긴 하지만, 카오시움에서 제공하는 PDF 이미지는 깔끔하게 고해상도로 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카오시움은 핸드아웃과 지도를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지도를 활용하시어도 좋을 것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바로 접속하실 수 있습니다~
영문판 핸드아웃 및 지도 PDF: https://www.chaosium.com/content/FreePDFs/CoC/CHA23178%20-%20Call%20of%20Cthulhu%20Starter%20Set/Book%204_Handouts.pdf
어둠의 가장자리를 무사히 재밌게 끝내셨다면, 이어서 나와 있는 "망자의 스톰프"를 해도 좋을 것입니다. 또는 시나리오집인 "어둠으로 가는 문"을 구입하여, 그 안에 담긴 시나리오들을 차근차근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수호자 룰북에 있는 시나리오들은 가능한 그 이후에 하시길 추천드리고요^^ "이름 없는 공포들"이나 "피터슨의 악몽들"은 초보 수호자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으니, 가능한 "어둠으로 가는 문"에 있는 시나리오들을 몇 개 해보시고 하시길 추천드려요~^^
혹시라도 추가적인 문의사항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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